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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떠날 준비를...

누구나 가정환경을 이해하면..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아동센터에 4년째 다니고 있는 중학교 1학년 다은이 담임선생님이셨다. 전화를 받자 “선생님~ 오늘도 다은이가 학교엘 오지 않았어요” 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외진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피시방에서 오전 내내 보내고 학교 마칠 즈음에 지역아동센터에 나타나 마치 학교에서 금방 파하고 온 것처럼 들어오는 다은이의 모습이 생각났다.

다은이의 가정은 다은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모님의 불화로 엄마는 서울에서 살고 계시고 여동생과 언니와 아빠와 넷이서 월세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아빠는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몇 번만 들르시고 자매들 셋이서 생활할 때가 많다.

여러 가지 불안한 환경탓에 다은이의 성격은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고 또한 조울증 기질이 있어 자신이 기분이 좋을 때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버하는 행동을 보이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하는 행동들에 대해 자신에게 공격한다고 생각해서 심하게 화를 내고 욕을 마구 하곤 한다.

한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에 스스로 등교준비를 해야 하고, 이것저것 자신의 나이에 버겁게 할려니 많은 것이 힘들고 벅찼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몸에서 냄새가 나고, 교복이 후즐근하다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 학교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기도 했다.

옆자리 선생님과 다은이를 찾으러 아동센터를 나섰다. 우선 집으로 가보았다. 전에 집으로 찾으러 갔을 때, 밖에서 다은아~ 다은아~라고 부르자 텔레비전소리는 들리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컴컴한 방안에 텔레비전은 켜져 있고 세탁이 절실히 필요한 어지럽혀진 이불들, 그리고 옷가지와 살림살이들 과자봉지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다락문을 열자 그곳에서 무엇을 찾는 것처럼 행동을 하는 다은이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었다.

다은이의 집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마루, 부엌에 살림살이 등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고, 방문을 열자 금방 일어난 아버지의 부시시한 모습이 보였다. 다은이가 학교엘 가지 않았다고 말하자,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가방을 메고 갔다고 한다. 몇 번 아버지에게 매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다은이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매를 대시지는 마십시오~ 다은이가 왜 학교를 가지 않았을까를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나왔다.

전에 갔던 피시방으로 갔다. 다은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나와서 주변의 다른 피시방으로 갔다.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시커먼 남자들이 가득했다. 들어가서 두리번거리자 구석에 유일한 여자로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다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꾸욱 눌러 참고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먹었냐고 묻자 대충먹었다고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학교로 가면서 물었다. 학교에 가기싫으냐고? 애들이 자기를 왕따를 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급식비도 몇 달 밀린 상태이고, 여러 가지 상황이 다은이가 학교에 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었던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술 냄새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대충 세수만 하고 교복만 대충 챙겨 입고 가방을 메고 나온것이었다. 그렇게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다은이를 교실로 들여보냈다.

다은이의 드러난 문제 있는 행동만 가지고 야단을 쳐보기도 했었다.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선은 아이의 행동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나이에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이해하고, 얼마나 힘들겠냐고 마음을 위로했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성장배경을 이해하고 받아주자면 이해못하고 용서안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다은이가 이렇게 학교를 결석할 때마다 서울에 계신 엄마는 아동센터로 전화해서 염려하고 섧게 울기도 한다. 전세돈이라도 마련하여 대전으로 내려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살 것이라는 말을 한다. “어머니! 월세방이라도 내려오셔서 아이들을 데리고 지금이라도 함께 사세요..아빠는 아이들을 거의 방임, 방치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 전세돈 마련할려고 시간을 끄시면 일년후에 아이들은 엄마의 의도와는 다르게 더 멀리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릅니다”라고 하고 전화를 마쳤다.

후에도 몇 차례 다은이는 다시 학교를 결석했다. 결석할 때마다 선생님은 센터로 전화를 했고, 우린 또 다시 출동을 했다. 집에서, 그리고 피시방에서 공원에서 다은이를 찾아서 다시 학교로 데리고 갔다. 학교 담임선생님과 다은이의 가정환경을 이야기하고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주십사 하는 부탁도 드렸다. 정말 고마운 것은 학교는 그렇게 빠지면서 아동센터는 꼭 학교 파할 시간에 맞춰서 나타나 준다는 것이다. 아동센터에 오면 아주 자신만만하고, 큰소리도 뻥뻥 잘 친다. 프로그램을 할 때에도 보면 리더쉽도 있고 글재주도 있어 프로그램을 하고 소감문을 쓸 때 보면 선생님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았다.

한 달 정도 후 엄마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전으로 내려가서 아이들과 함께 살겠노라는 말을 했다. 아주 잘 생각하셨다는 말을 전했다. 다은엄마가 대전으로 내려오셔서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다은이는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용모도 단정해지고, 행동도 분노를 표출할 때는 스스로 자제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다은이에게는 잠재되어 있는 좋은 능력들이 참 많다. 그런 능력들이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들로 인해 묻혀버리거나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점점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아가면서 다은이의 좋은 점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악조건들과 환경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상처를 입고 평생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기보다는 어려웠지만, 마음이 아팠지만, 긍정적인 주변 환경의 도움과 수용을 통해 살아가는 바람직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바르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은이가 학교를 마치고 아동센터에 들어서면 우리 선생님들은 다은이에게 말한다. “우와!!...우리 새나루 마스코트 왔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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